
그해 봄, 나는 교토에 있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내가 찾은 것은 단순한 꽃구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시 전체가 분홍빛 열병에 걸린 듯한, 짧지만 강렬한 축제였다. 도쿄의 벚꽃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면, 교토의 벚꽃은 정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낡은 목조 건물과 오래된 담장, 그리고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 속에서 벚꽃은 가장 극적이고 과거의 숨결을 머금은 모습으로 피어난다.
은각사에서 난젠지까지 이어지는 약 2km의 수로길.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하며 사색에 잠겼다 하여 붙여진 이 길은 봄이 되면 '철학' 대신 '탐닉'의 길이 된다. 수로 위로 몸을 낮게 들이민 벚나무들은 마치 거울을 보듯 물결 위에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투영한다.


나는 흐드러진 꽃가지 아래서 사람들이 터뜨리는 환호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예쁜 풍경을 보는 소리가 아니라,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의 간절함이 담긴 소리였다. 수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세상 모든 것이 분홍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교토를 상징하는 기요미즈데라(청수사)의 본당 무대에 서면, 왜 이곳이 교토 봄의 정점인지 깨닫게 된다. 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짜 맞춘 거대한 목조 구조물 아래로 수천 그루의 벚나무가 바다를 이룬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바다는 연분홍색 파도를 일으키며 일렁인다.


나는 나룻배를 저어 꽃가지 밑으로 들어가 보았다.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은 온통 벚꽃으로 가려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내 머리 위로, 그리고 물위로 꽃비가 내렸다. 찰나의 순간, 나는 도시의 소음을 잊었다. 오직 노 젓는 소리와 내 어깨 위에 내려앉는 꽃잎의 무게만이 느껴질 뿐이었다.